서시환전 팡세(Pensees/생각하는 갈대)
인간은 자연 가운데 가장 약한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하는 갈대이다. 인간을 파괴하는데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 한 번 뿜는 증기, 한 방울의 물이면 그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박살낸다 해도, 인간은 그를 죽이는 우주보다 더 고귀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우주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존엄성은 모두 우리의 사고에 있다. 우리는 우리가 채울 수 없는 공간이나 시간의 연속 속에 서 있으려 할 것이 아니라 사고의 존엄성 속에서 일어서야 한다. 그러므로 올바로 생각하도록 노력하자. 거기에 도덕의 원리가 있는 것이다.
내가 나의 존엄성을 찾아야하는 곳은 공간 속에서가 아니라 내 사고의 규율에서 이다. 내가 여러 나라를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그건 단지 몇 개의 국가에 불과하다. 우주는 공간에 의해 나를 하나의 조그만 점처럼 에워싼다. 하지만 나는 나의 사고에 의해 그 우주를 에워쌀 수 있는 것이다. - 파스칼 -
파스칼은 병마와 함께 39년의 짧은 생애를 고난 속에서 살았다고 한다. 고난을 많이 만난 사람의 ‘생각’은 더 깊은 가치로 돌아왔을 것이다. 고난을 통과하며 얻은 기쁨의 차원을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나이 들어가는 촌부의 동토의 겨울 끝에 연결되는 생명의 싹, 봄의 환희와 비교될 수 있을까? 생의 순환 고리를 해가 넘어 갈수록 더 깊게 사유하는 것은 파스칼의 말처럼 ‘우주보다 귀한 한 생명’을 알고 누리는 것이 아닐까. 이 약한 인생이 생명을 자각하고 사랑의 수혜 속에서 살고 있다니, 어디에서 온 은혜인가.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라며 27세를 살고 떠난 윤동주 시인의 빼앗긴 나라의 청춘의 메시지는 보이는 현상을 넘는 본질에 닿는다.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와 영원의 시간을 사유하는 우리는 한 삽 흙을 파서 씨를 묻고(흙土 알卵),죽음으로 생을 여는 온전한 조화를 이룬 사랑의 노래를 모르는 이가 없는데 ......
시선을 받지 못하여 함부로 잘라냈던 막대기에서 꽃이 피고, 아침 바람에 연초록 움으로 왔다. 모든 생명은 사랑이다.
2024.4.17 포천 화실에서(서시환)
Artist
서시환 SEO Si Hwan
추계예대 서양화과 졸업
월간 <산> 그림산행 연재, 추계예대 출강 등
현: 한국미술협회 회원
Instagram: @sihwanseo
개인전 19회
2인전 3회
단체전 및 초대전 300여회 참여
송은미술대전(송은문화재단 지원상/공평아트센터)
남도예술은행 신소장품전(광주전남 갤러리)
광주 · 마니프 · 상하이 아트페어
Artist's Statement